부재의 시노그래피(Scenography)

엠마 팍(Emma Park) 전시 ‘이미지의 무덤(Grave of images)’에 대하여 (서울, 2020년 2월 – 3월)

도시적 고독

“내가 사는 층에는 8개의 아파트가 있는데, 그중 한 할머니가 집에서 돌아가신 후, 사망한 지 2주가 지나서야 발견되었대” 라고 한 친구가 말했다.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곳이지만, 한 이미지가 떠올랐다. 8개의 문, 붉은 벽, 돔형 지붕 아래의 복도. 

나는 문을 통해 내부를 상상하려고 노력하지만, 바닥에 누워 있는 여인의 모습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전시 서문 중)

기억의 무덤 

8개의 문이 캔버스에 그려졌다. 그리고 만약 그 문들 각각이 사후 세계 영토로 가는 통로라면 어떨까? 각 문 너머로 내부 공간이 펼쳐질 것이다. 걱정 없는 어린 시절과 놀이들, 성적 동요가 담긴 경험들, 엄숙한 의식들, 개인적인 비극들,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노년과 삶의 끝. 그리고 이 모든 신체적 만남들, 모든 가정생활의 공간들이 기억의 무덤이 될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끊임없이 지나고 또 지나야 하는 심리적 길과 같다…

연상적 ‘환상’을 통해, 집(도시 자체와 마찬가지로)은 그저 마지막 안식처로 축소될 것이다. 집이 그곳에 있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풍부한 초목 한가운데 비밀을 간직한 미니어처 형태의 집, 혹은 모터의 메커니즘에 의해 휘둘리고, 경련과 간헐적인 움직임들로 돌아다니는 집. 도시는 결국 거대한 무덤처럼 변할 것이다. 그곳에서 수많은 존재들과 생명체들이, 길든 짧든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우리의 모든 거대 도시들 속 확장된 공간에서 공존했던 이들이, 마침내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실재에서 트라우마로… 그리고 다시

바닥에 놓인 매트리스에 잠시 눕는다. 창백하고 병약해 보이는, 피곤하거나 혹은 우울해 보이는 젊은 여성을 마주하고 누워라. 눈을 감고, 이 전시에서 마주쳐 지나온 것을 되새겨본다. 그림, 모형, 신라 왕국에 걸맞은 죽음의 머리 장식 도구. 잠시 동안, 이 감각적 경로가 남긴 것들, 색칠된 흔적들, 시각적 침투, 소리의 충돌을 떠올린다. 며칠 동안 침대에서 나오지 않은 것처럼, 힘없이 버려진 채로. 그리고 눈을 뜨고 원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책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그리고 그 젊은 여성이, 저 너머의 수호자처럼,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소화할 수 없는 것의 반복

엠마 팍이 제안하는 이 입문적 여정은 우리의 다양한 운명을 연출하고, 우리가 잊으려 노력하는 것을 상기시킨다: 생명체의 중심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말하는 존재’로서의 진실, 그 길들임의 불가능성과 극도로 취약한 생명체의 진실을. 

또한 슬픔과 죽음의 주제를 넘어, ‘Grave of Images’는 매우 독창적인 ‘생명 대여’를 제시한다. 이 전시는 각자 자신만의 문을 열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내며, 이는 우리를 타자(Autre)로부터 오는 후속적인 유산으로 되돌아가게 한다. 우리는 이 유산을 의식하지 못한 채 감내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내면의 지도에 접근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니다. 분석 치료를 제외하면, 이 작업은 오직 예술가만이 위험과 상실을 감수하고 자신을 던지며 받아들일 수 있는 작업이다. 내러티브와 무대의 탄생은, 그 과정의 반복 속에서 항상 실패한 만남으로 남는다. ‘기억의 스크린’이라는 문들은 한 번 열렸던 경우조차도, 마지막으로 열렸던 이후… 절망적으로 닫혀 있을 것이다.

예술가가 다시 붙잡으려고 시도하는 감각과 정서들, 전시에서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들’ 뒤에는 불가능한 영역이 펼쳐진다: 결코 쓰이지 않는 죽음의 실재, 결코 번역될 수 없는 여성적 실재, 그리고 공유될 수 없는 주체의 실재. 열리고 닫히는 이 맥박 속에서, 이 시각적 쾌락의 순수한 반복 속에서, 트라우마에 대응하는 무지가 덮여있다.

어쩌면 이 예술적 ‘기술’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된 것은 소화할 수 없는 것의 영역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분석적 치료에서 (그리고 우리의 독특한 개개인으로서) 뼈까지 파헤쳐야 했던 무의식적 실재에 대한 증언일 것이다.

2020년 2월.

장-뤽 가스파르 
정신분석가, 대학 교수 

jeanlucgaspar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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